내 마음도 가을 색깔로 갑니다 ‘김명현’
짖은 것은 더 진하게 연한 것은 연한 데로 높은 것은 더 높게 가을이 자기의 색으로 찾아갑니다. 가고는 오지 않을 자취들이 마음구석까지 쓸고 갈듯 미련들이 다 쓸려갑니다. 가득함을 느낄 즈음 버려야 할 시간인가봅니다. 갈대숲을 지나온 바람이 세월의 마당을 씁니다 남자의 가슴을 할는듯 차갑게 쓸고 있습니다. '잊어야 하나보다'택도 없는 잔상들이 가을 그리움 앞에 또 어른거립니다. 야심도록 이슬은 목을 타고 갔어도 슬픈 그 미소가 더욱 또렷해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길가에 추리하게 핀 가을 꽃 한송이마져 나를 흔듭니다. 스스로도 흔들리고 싶었는데 서로를 껴안은 듯 맞장구를 잘도 칩니다 가을이 잘 익던 어느 해는 목로의 이슬도 따끈따끈 했는데.... 나이만 주로 삼켜온 이 가을 모가지 비틀린 이슬병들이 머릿맏에서 뒹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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