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줄 창작 마당

쓸개 빠진 놈

두무동 2017. 1. 7. 05:38

쓸개 빠진 놈  / 김 명 현


나의 쓸개는 늘 말썽이여서

나는 쓸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살고있다.

과음을 한 날이면  그 이튿날은 숙취에 시달렸는데

쓸개를 제거 한뒤로는 그나마의 과음도 할 수가 없다.

쓸개는 부모와 같아서 간이 필요로 할 때

즙을 내어주는 역할을 했는데 나는 쓸개가 없다.

이쪽 산에서 총소리를 듣고 달음박질을 치던 고라니가

저쪽 산에서 왜 뛰어 왔는 지를 모른다고.

정신없이 어리둥절하거나 어리숙하면 사슴이나 고라니 같다하여

아버지는 나를 사슴과 같다 하셨다.

그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나는 쓸개가 없이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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