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 오는 날 장마비 오는 날 김명현 비오는 날 숲속에 있으면 빗 방울 소리가 가늘었다 굵었다가 풀잎에서 부터 나무들이 비에 젖어 축축 널어지고 우비를 받친 자리에는 도랑물이 골을 이루며 어디론가 흘러 갑니다. 무신날 같으면 물만 실어 나르던 강은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은 큰 심부름을 한.. 나의 이야기 2011.07.19
빈집의 봄 빈집의 봄 김 명 현 속살 같이 발기된 촉은 골짜기마다 간지럼 증으로 법석인데 겨우내 읊조리기만 하고 접시도 못한 시인은 오십견을 만지작거리며 잠을 설치고 있네. 축사의 상스럽던 꿈도 시름의 마음도 이 봄에는 녹고 잊히리라. 봄 눈을 지고가든 바람은 가지마다 산봉우리마다 봄 햇빛의 등살에.. 나의 이야기 2011.02.23
속이고 있습니다 속이고 있습니다 두무동 김명현 연못에는 꽁꽁 언 얼음 때문에 오리부부는 짜증스런 울음을 울고 응달도 몇 일째 찌렁찌렁 울리고 있습니다. 연말에는 추위와 함께 마음의 열쇄도 열고 닫고를 하고 있습니다. 다 못하고 지나는 일들이 수두룩한 이때가 되면 '이렇게 한해 한해 가나보다' 평소보다 못.. 나의 이야기 2010.12.29
겨울 속에 있는 나 겨울속에 있는 나 김명현 지금은 한낮은 짧고 밤이 긴 겨울 속에 있습니다. 겨울에 움츠려 드는 것은 추위 때문은 아니라 아쉬운 한해가 또 가려 하기 때문입니다. 한해 한해 가는 것이 너무도 허무해 보이기만 해서 아침이 되기도 전에 바쁘게 하루의 신을 신습니다. 겨울 아침은 일어나가 힘듭니다. .. 나의 이야기 2010.12.17
寒露의 고향 하늘 寒露의 고향하늘 김 명현 서리가 맺히는 寒露한로에는 높은 곳에 올라가서 고향을 본다. 寒露 날 논에는 뒷물을 끊고 도구를 쳐야하는데. 바쁘다고 자주 못가는 나의 흔적이 서리 되어 내린다. 고향하늘이 궁금한 것은 밭가에 걸어 놓은 호미 연장이 궁금해서가 아니라. 장마비로 논두렁.. 나의 이야기 2010.10.08
業報 業報 어릴 적에는 할머니 등에서 엎혀 자라서도 업보라는 말은 알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이불을 따독거려주시며 아랫목으로 자리를 내어주시고 시장가시는 날 돌 사탕봉지를 꼭 잠자리에서 펼쳐주시던 그때는 나에게 주어지는 업보가 책임이란 걸 몰랐다. 내가 귀엽기만 했겠습.. 나의 이야기 2010.09.26
내 고향의 가을 내 고향의 가을 김명현 매미가 울다간 가을 숲 내 고향의 들과 산에는 질경이 덤불아래 개미는 굴을 파서 집을 짖고 명메기 제비는 처마아래 집을 두고 월남으로 갔겠지. 여름내 삼을 비비던 무릎의 멍 자국은 감물같이 물들고 사리던 삼은 물레가 물러받아 찌르레기 소리와 밤 늦도록 돌.. 나의 이야기 2010.09.19
삶은 망망대해의 조각배와 같은 것. ............... 나는 오늘도 많은 것을 까먹고 산다. 집 전화번호도 한번씩 잊기도하고 사랑했던 사람은 잊으려고 노력을하며 많은 것들은 잊고 산다. 또 많은 것들을 흘리고 다닌다. 어떨 땐 전화기를 그리고 지갑을 흘리고 다녀도 금새 그 놈들은 또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온다. 생명은 한번 가면 형채.. 나의 이야기 2010.07.14
고향 길 고향 길 김명현 그래 너를 잊겠다고 다짐했었다. 다시는 생각지도 않겠다. 맹세를 했었다. 과거는 과거의 휴지통으로 우격으로라도 집어넣고 나면 잊을 것 같았다. 쓸쓸하면 생각나는 너, 너를 찾아갈 때는 다리를 절며간다. 갈까 말까 한쪽 다리는 가자하고 한 다리는 멈추자고 한다. 너를 찾아가는 .. 나의 이야기 2010.07.11
오월에 꾸는 꿈 오월에 꾸는 꿈 ∣김명현∣ 딱따구리 울며 날고 나뭇잎이 초록으로 물들어 가든, 해가 긴 오월에 산골 동내를 떠나 내가 도시로 온 이후로는. 짐승들이 삐대다가 가는 밭 울타리에 걸어놓은 호미 자루와 아카시아 밤 꽃이 피어 밀집이 비좁아진 벌통을 돌보지 않은지 오래다. 낳고 길러주시고 가르치.. 나의 이야기 2010.05.02